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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불발 후, 서울대병원 전공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후보들이 거리로 나섰다. 의대증원책에 이어 '전공의 처단' 내용을 담은 비상계엄 포고령에 실망한 이들은 이번 사태를 '의료계엄'으로 규정하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이슈의 핵심 단체인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포고령에 대한 공식입장을 즉각 내놓지 않은 데다, 전공의에 대한 사과 복수명사 가 빠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탄핵 무산에 대해 8일 오후 5시 현재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의사들 사이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사직 전공의들이 의정갈등 국면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단체 행동에 나선 건 이 외환카드 번이 처음이다. 이날 참석한 서울대병원 전공의 600여 명은 "교육농단, 의료계엄 사태를 규탄한다", "10개월간 이어진 폭압적인 의료농단", "위헌적인 계엄령의 처단 대상으로서 굴복하지 말고 저항하자"고 외쳤다.
이 비대위는 서울의대 학생회와 함께 지난 4일 '비상계엄에 대한 긴급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공인인증서 대출 도 못한 채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폭거"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3일 밤 계엄사령부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내린 다음 날 입장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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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젊은 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12.08.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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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전국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보다 하루 뒤인 지난 5일에서야 '독재를 규탄한다'는 제목과 함께 성명서를 뒤늦게 냈다. 성명서에서 대전협은 "금번 계엄은 조악한 정책 추진과 위헌적 폭압을 일삼아온 윤석열 독재의 반복"이라면서 "계엄령 선포와 포고령 작성의 진상을 규명하라. 전공의를 특정해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한 것을 사과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또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지만, 전공의를 특정한 구체적인 사과는 담기지 않았다는 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불발된 점에 대해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졌는데도 의협과 대전협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강희경 의협회장 후보(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3기 비대위원장)은 7일 의사 단체 대화방에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을 직격하며 "박단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 정책을 제안했나? 전공의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했나?"라며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주시면 답변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또 강 후보는 8일 이 대화방에서 "아, 혹시 계엄이 선포된 밤에 의협 비대위가 연락두절되고, (지난 5일) 의협 비대위가 '의사들이 거리에 나서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선언한 배경에 '전공의 대표'의 의견과 요청이 있었다던데, 그분이 이분인가? 의아했던 기억은 있다"고 언급했다. 대전협의 대처에 대한 의사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8일 기자는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에게 연락해 입장 또는 해명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단(왼쪽)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개혁신당-의협-대전협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2024.11.24.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앞서 의협은 계엄사 포고령 선포(지난 3일 밤 11시) 후 36시간 만인 5일 오전 11시, 의협 비대위 3차 회의 브리핑에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날(4일) 조병욱 의협 대의원이 SNS에 "최상위 단체인 의협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건 문제가 있다"며 "권한대행 집행부와 비대위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차기 집행부 출범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지만 해달라는 임무에 너무 충실한 까닭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상황이 유동적이라 판단했다"며 "전공의와 의사를 향해 '처단한다'고 표현한 데 강한 분노가 있었지만 차분하게 정리해서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 비대위원들의 중론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의협 비대위가 거리로 나가 투쟁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사들이 거리로 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투쟁 방법은 다양하고 현재 여러 직역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강희경 의협 회장 후보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의협은 대체 뭘 하고 있는가"라며 "의사들이 거리로 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다른 이들에게 끼치는 피해는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우리 모두의 의견을 알리는 방법이 시위이므로 '거리로 나가는 것'일 터"라고 일갈했다.
주수호 의협 회장 후보(미래의료포럼 대표)도 "의협 회장(임현택) 불신임(탄핵)으로 혼란에 빠진 의협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고, 현재의 의협 비대위는 혼란 상황을 수습하는 일만 해도 힘들다"며 의협을 직격했다.
한편 '내년도 의대 모집 중단'을 주장해온 의사들 사이에선 '증원분 감축' 카드도 준비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8일 정진행 전(1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 대화방에서 "지금처럼 무정부 상태로 의료농단 동력이 무너진 시점에 각 의대에서 '2025년 신입생 받지 못한다'라거나, 최소한 '정원 동결'을 선언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했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대한의학회와 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협의체에서 내년도 의대증원을 취소할 수 없다면 의대 증원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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